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한국은행에서 한국형 CBDC의 모의실험을 위한 사업의 공고를 냈으며,
카카오의 블록체인 분야 계열사인 그라운드 X가 해당 사업에 선정되었다는 소식입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인지... 아는 것이 없는 저는 공부에 돌입합니다.
■ CBDC는 무엇인가?
CBDC는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의 약자로,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라는 뜻입니다.
이건 또 무슨 말인고 하니,
중앙은행이 발행한다는 것은 정부에서 인정하는 법정 화폐라는 의미이고,
이 법정 화폐를 디지털로 구현한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천원권, 오천원권, 만원권, 오만원권과 같은 기존의 종이 화폐를 디지털 형태로 발행하고, 디지털로 거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디지털 화폐 발행에는 핫한 블록체인 기술의 기반이 되는 분산 원장 방식을 이용한다고 합니다.
원장을 여러 주체가 나누어 가지는 구조를 통하여 거래의 위변조를 방지하는 기술이며, 비트코인의 경우에는 모든 사용자들이 이 원장을 나누어 가진다면(퍼블릭 블록체인), CBDC의 경우에는 중앙은행과 일부 민간기관(은행)에서 원장을 나누어 가지는 구조(프라이빗 블록체인)로 개발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현재의 계좌이체만 예를 들어도 실제 종이 화폐가 오가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적으로 표현된 숫자만 오가는데, 이게 CBDC와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기능적 관점에서 가장 큰 차이는 금융거래에 있어서 P2P 거래(중계자 없는 거래)가 가능한지 여부 입니다.
현재의 금융거래는 시중 은행의 계좌를 만들고 시중 은행의 시스템을 통해서만 거래할 수 있는 반면(시중 은행이 중계자의 역할),
CBDC가 상용화된다면 사용자는 중앙은행에서 발급된 전자지갑만 있다면 은행을 거치지 않고 사용자간 직접 거래가 가능하며, 심지어는 LTE, 5G 통신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도 NFC, 블루투스 방식을 통해서 사용자간 직접 거래(오프라인 CBDC 카드 형태)가 가능해집니다.
P2P 거래가 가능하다고 해도 사실 왜 크게 이슈가 되는 것인지는 느낌이 팍 오지는 않는데요, 이 부분은 뒤에서 좀 더 설명드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어쨌거나, 중계자인 시중은행이 금융거래에 필요없어진다는 것인데,
CBDC가 상용화되면 시중은행이 없어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있습니다만,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CBDC를 활용한 서비스 영역은 중앙은행이 모두 관리하기 어려울 것이며, 결국 기업들과 시중은행이 맡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CBDC 모의실험 설계방안을 보더라도 민간기관인 금융기관, 빅테크기업, 핀테크 기업 등이 블록체인 네트워크와 최종 이용자 간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 왜 CBDC 개발에 너도 나도 뛰어들고 있을까?
대표적으로 CBDC 상용화에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국가로는 중국을 꼽을 수 있는데요(2014년부터 관련 연구 진행하여 이미 상용화 단계), 최근에는 중국 이외에도 미국 등 여러 국가들에서 CBDC 개발/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CBDC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결국은 미국에게 도전장을 내미는 것입니다. 좀 더 세부적인 내용을 들여다 보시죠.
1. 스위프트의 종속으로부터의 탈피
국제 은행간 통신 협회(Society for Worldwide Interbank Financial Telecommunication(SWIFT)), 줄여서 스위프트라고 부르는 전세계의 은행 간에 국제 결제를 안전하게 처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스템이 있는데요 (해외 송금해보신 분들은 들어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이 스위프트는 민간 법인에 의해 운영되지만 사실상 미국의 영향력이 엄청 강하기 때문에, 미국에게 밑보이는 국가는 이 스위프트에서 배제됨에 따라 국제 상거래에서 도태되어 버릴 수 있습니다.
실제, 이란이 미국의 압박으로 2012년 스위프트에서 배제되었다가 다시 2015년에 복구된 바 있고, 북한의 경우에도 스위프트에서 배제되었기 때문에 정상적인 국제 상거래를 통한 자금수신이 불가합니다. (물론 북한은 중국을 통하여 거래를 함으로써 근근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CBDC의 장점이 뭐라고 설명드렸었죠?
맞습니다. 중계자가 필요없는 P2P 거래입니다. 즉, 스위프트 없이도 해외 송금 등의 국제 상거래가 가능해진다는 이야기입니다.
중국이 만약 CBDC로 발행된 디지털 위안화를 많은 국가들에게 퍼뜨려 세계적으로 많은 국가들이 디지털 위안화를 사용한다면 미국의 영향권 하에 있는 스위프트의 종속으로부터 탈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 중국은 자원확보를 주 목적으로 하는 일대일로 사업을 진행하면서 관련 국가들에게 지급할 비용을 디지털 위안화로 뿌리고 있습니다.)
2. 달러 패권에 도전
달러는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국제간의 결제나 금융거래의 기본이 되는 화폐인 기축통화이며, 주요 산유국들로부터 석유를 수입할 때에 달러를 이용해야한다는 점(페트로 달러) 등에서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근래에 미국은 코로나 19로 인한 경기침체에 대응하여 경제부양책을 사용하면서 막대한 달러를 찍어내면서 기축통화의 권력을 악용한다는 인식이 만연해지고 있으며,
미국이 셰일오일 생산으로 석유 수입량이 현저히 줄어들면서(심지어 세계 최대 석유 생산국임) 세계 최대 석유 수입국은 중국으로 바뀌었으며, 미국의 산유국들에 대한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은 CBDC를 통하여 달러의 기축통화의 자리를 넘보는 동시에, 세계 최대 석유 수입국의 지위를 함께 활용하여 석유 수입을 위안화(페트로 위안)로 하기 위한 압박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이미 영국 BP, 스위스 머큐리아 등의 일부 회사들과는 위안화로 원유 거래를 시작하였습니다.)
■ CBDC 도입에 따른 투자 아이디어는?
CBDC가 이슈가 되고 있는 이유로 중국과 미국의 장황한 패권 다툼이 배경이 되고 있긴 하지만,
사실 디지털화폐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기존의 가상화폐, 그 대표주자 비트코인인데요,
나라에서 인정하는 법정의 디지털 화폐인 CBDC가 도입되면 비트코인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는 것이 아닐지라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그 질문에 대한 저의 결론은 "아니다" 였습니다.
왜 그런 결론을 내리게 되었는지는 글이 너무 길어져서 다음 포스팅으로 미루도록 하겠습니다.
후속편 기대해주세요.
관련 포스팅 링크: CBDC vs 비트코인 (CBDC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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