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타볼까?
내가 멀리 볼 수 있었던 것은, 거인들의 어깨 위에 올라 서 있었기 때문이다.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아이작 뉴턴이, 그의 성과에 대한 과도한 칭송이 이어지자 한 말로 알려져 있는데요,
아이작 뉴턴이 이 말을 언급하기 훨씬 전에 쓰여진 글을 인용한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원조가 누구인지의 문제는 차치하고, 그 의미는 우리가 성취하였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사실은 다른 사람들이 쌓아놓은 공적 덕분에 가능했다는 것입니다.
투자에서도 이런 것이 가능할까요?
내가 열심히 분석하여 좋은 종목을 골라내고, 목표가에 도달할 때까지 종목에 대한 꾸준한 모니터링을 해가는 것은 당연히 해야겠지만, 이러한 과정에서 "참조해볼 거인"이 있다면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버크셔 해서웨이와 같은 유명 투자회사의 포트폴리오를 보고 비슷한 종목들을 매수하는 컨셉의 투자 형태들이 이미 많이 있지만, 저의 보유 종목인 바이오니아의 상당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베일리 기포드(Baillie Gifford)"라는 자산운용사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베일리 기포드의 투자 사례도 상당하지만, 투자철학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베일리 기포드가 바이오니아의 지분을 늘려가는걸 보고 호재라고 인식하고 있었지만, 무지한 저는 베일리 기포드를 바이오니아 덕분에 알게 되었습니다.
■ 액츄얼 인베스터(Actual Investor) 베일리 기포드
1. 베일리 기포드는 어떤 회사?
베일리 기포드(Baillie Gifford)는 1908년도에 설립된 영국의 자산운용사입니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이어가고 있으며, CEO는 앤드류 텔퍼(Andrew Telfer)입니다. 현재 4868억달러라는 대규모의 자산을 관리, 운영하고 있습니다.
투자 스타일은 성장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혁신기업을 발굴하여 장기투자하는 것을 지향한다고 합니다. 소위 텐베거(ten-bagger)를 노리는 저와 같은 사람들과 코드가 맞는 것 같습니다.
※ 텐베거는 10루타라는 의미를 가지며 주식투자에서는 10배의 수익을 올리는 종목을 의미합니다. 주식투자자들의 로망이죠. 유명 투자자인 피터린치가 사용한 용어입니다.
2. 베일리 기포드의 투자 철학은?
베일리 기포드 홈페이지를 들어가보면 첫페이지에 액츄얼 인베스팅(actual investing)을 언급하고 있을 정도로, 액츄얼 인베스트는 베일리 기포드에서 강조하고 있는 투자 철학의 키워드입니다.
베일리 기포드는 "무엇이 액츄얼 인베스터를 단순히 다른 것이 아니라, 더 낫게 만드는가?(What makes actual investors not just different, but better?)"라는 타이틀로 액츄얼 인베스트에 대한 투자 철학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https://www.bailliegifford.com/en/uk/about-us/actual-investors/)
액츄얼 인베스트라고 하면 비슷하게 떠오르는 개념이 액티브 투자인데요, 이것은 단순히 패시브 투자의 반대 개념으로 지수 기반의 투자가 아니라 시장수익률을 이기기 위하여 개별종목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것을 의미하며, 베일리 기포드가 말하는 액츄얼 인베스트와는 다른 개념이라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다음 내용이 액츄얼 인베스팅의 핵심적인 내용으로 여겨집니다.
| 복잡성과 노이즈가 합리적인 판단과 혼동되는 24시간 뉴스 세상에서 실제 투자는 쉽지 않습니다. 정말 중요한 것에만 집중하고, 독립적으로 생각하고, 장기적 관점을 유지하겠다는 결의가 필요합니다. 불확실성과 틀릴 가능성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달라지려는 의지가 필요합니다. 무엇보다도, 우리 업계를 잘못된 길로 인도한 현재의 통념을 거부해야 합니다. 투자 관리는 처리 능력, 거래 및 속도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상상력과 창의성에 관한 것이며 우리 자신보다 더 훌륭한 아이디어를 가진 영감을 주는 개인 및 회사와 함께 고객을 대신하여 건설적으로 일하는 것입니다. Actual investment is not easy in our world of 24-hour news, where complexity and noise is confused with rational judgement. It requires the resolve to focus only on what really matters, to think independently and to maintain a long-term perspective. It requires a willingness to be different, to accept uncertainty and the possibility of being wrong. Most of all, it requires a rejection of the now conventional wisdom that has led our industry astray: investment management is not about processing power, trading and speed. It is about imagination and creativity, and working constructively on behalf of our clients with inspiring individuals and companies who have greater ideas than our own. |
추상적이고 공자님 말씀같은 워딩들이 많긴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말들이 상당히 와 닿는 요즘입니다.
또 한가지 인상적인 부분은 베일리 기포드는 전적으로 회사 파트너들이 소유한 독립적인 회사이기 때문에, 111년동안 단기적인 상업적 의무나 방해할 외부 주주도 없이 고객에게 옳은 투자를 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뚝심있는 투자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셋팅하는 것 또한 실력인 것 같습니다.
3. 베일리 기포드의 최근 행보는?
베일리 기포드는 테슬라 주가가 7달러 수준이던 2013년부터 테슬라 투자를 시작해 주요주주까지 올라 유명새를 치뤘었는데요,
최근 기사에서 "넥스트 테슬라는 모더나 · 일루미나"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베일리 기포드의 미국 주식책임자인 톰 슬레이터는, "모더나는 넓게 응용 가능한 플랫폼 기술을 갖고 있다", 그리고 "유전자 시퀀싱(염기서열 분석) 머신을 만드는 일루미나에도 비슷한 기회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베일리 기포드는 일루미나를 2011년부터, 모더나를 2018년부터 투자해왔으며, 최근 베일리 기포드의 포트폴리오에서 모더나가 차지하는 비중은 9.3%(1위), 일루미나가 차지하는 비중은 4.5% (3위)입니다. (※ 2021년 2분기말 기준).
공교롭게 두 회사의 섹터는 모두 바이오네요.
■ 베일리 기포드의 포트폴리오를 참조해볼까?
베일리 기포드가 아무리 투자철학이 좋고, 그 간의 투자성과가 좋다고 하더라도 이 포트폴리오를 그대로 따라한다고 해서 수익이 날 것이라고 담보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본인과 투자 방향성이 유사하고 그 간의 투자성과가 입증된 베일리 기포드의 포트폴리오로부터 종목 선별과 투자아이디어에 대한 힌트를 얻어보는 정도는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2021년 4월 30일 기준으로, 베일리 기포드가 운영 중인 여러 펀드들 중에서 PACIFIC FUND를 통하여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의 리스트입니다.
대기업들을 대략 제외하면, 빅히트 엔터테인먼트(하이브), 바이오니아, 엔지켐생명과학, 이오테크닉스, 제넥신, 고영 테크놀러지 정도가 눈에 띄네요. 몇몇 회사는 처음 이름을 들어보는 회사입니다.
고영 테크놀러지와 이오테크닉스의 경우 7, 8월에 베일리기포드가 추가매수한 상황이 공시된 바 있습니다.
※ 보유지분이 5%가 넘는 경우 지분변동에 대한 공시의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바이오니아는 아직 베일리 기포드의 보유지분이 4%대여서 공시되지는 않았습니다.
고영 테크놀러지와 이오테크닉스 두 종목은 관심 종목으로 넣어두고, 기업 내용을 좀 더 살펴볼 예정입니다. (저도 아직 공부 못한 기업입니다. 종목추천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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