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더 이상 무위험 자산이 아니게 된 미국 국채
그 동안 미국 국채는 '무위험 자산'이라고 불릴 정도로 대표적인 안전 자산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급격한 금리인상과 지속적인 강달러 정책을 취하면서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급격한 금리인상은 미국 국채의 가격 급락을 야기시켰고, 미국 국채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중국, 벨기에, 룩셈부르크 등의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미국 국채 보유량을 줄여가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 다음으로 많은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중국이 6개월 연속으로 미국 국채 보유량을 줄이고 있으며, 2022년 7월 기준 9392억달러에서 2023년 1월 기준 8594억달러까지 보유량을 줄였습니다. 이는 12년 만의 최저치라고 합니다.
물론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국채가격의 지속적 하락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매도한 측면과 강달러가 지속되면서 각국의 중앙은행이 환율 방어 차원에서 미국 국채를 매도한 측면도 있겠지만, 중국은 상황이 좀 다릅니다. 중국은 미국과 여러 방면에서 대결구도를 세우고 있으며, 미국 국채 대신 안전 자산으로 여겨지는 금 보유를 늘리고 있습니다. 최근 금 가격이 급등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미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으로 보입니다.
최근 미국 국채에 대한 인식 변화의 계기가 또 한가지 있습니다. SVB(실리콘 밸리 은행) 사태입니다. SVB의 자산-부채 만기 미스매치의 실책이 큰 영향을 미치기는 하였지만, '무위험 자산'이라고 믿었던 미국 장기 국채를 대량 보유하였다가 파산까지 이르면서, 미국 국채에 대한 인식이 바뀐 측면도 있습니다. 미국 국채 가격이 이렇게 급속도로 하락하지 않았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일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참조 기사 링크: 美국채 내다파는 중국 6개월새 800억弗 순매도, 매일경제, 2023.03.19.
2. 미국-중국-중동 간 역학관계 변화, '페트로 달러' 대체를 시도하는 '페트로 위안'
미국은 주위의 적대 세력들로부터 사우디아라비아를 보호해주는 댓가로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안정적으로 원유를 공급받는 동시에 원유를 달러로만 결제(페트로 달러)할 수 있도록 하여 달러 패권의 근간을 이루어 왔습니다. 이와 같은 상호의 이익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사우디아라비아는 대체적으로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왔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셰일혁명으로 인해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에 본격적으로 금이 가기 시작하였습니다. 미국 셰일 기업들이 대규모 개발에 나서면서 2017년경에는 미국이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산유국이자 원유 수출국이 되었습니다. 안정적인 원유 공급처로서의 사우디아라비아의 중요도가 떨어진 것입니다. 또 향후의 에너지 패러다임이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될 것으로 예측되면서 중동의 전략적 가치가 크게 저하되었습니다.
결정적으로 조 바이든 대통령은 2018년 사우디 반체제 인사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사건과 관련하여 사우디아라비아의 빈 살만 왕세자를 비난하였고, 코로나 19의 여파로 재정지출을 줄이면서 2021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을 철수하기에 이르면서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는 벌어질대로 벌어졌습니다.
이 틈을 중국이 비집고 들어가고 있습니다. 중국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최대 원유 수입국으로 원유의 위안화 거래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빈 살만 왕세자는 네옴시티 프로젝트의 추진을 위해 경제적, 기술적 파트너가 필요한 상황인데 중국을 주목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전에 '페트로 달러' 체제에 반기를 들었던 이란, 이라크, 리비아, 베네수엘라 등은 예외없이 미국의 강력한 경제적, 군사적 제재를 받았던 이력이 있기 때문에, 사우디아라비아 입장에서는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참조 기사 링크 : 中 “사우디와 위안화 결제”… ‘페트로 달러’ 와해 시동, 서울신문, 2023.03.17.
3. 늘어나는 비달러화 움직임
미국의 기축통화 달러를 이용한 횡포를 경험하면서, 중국과 러시아 등 주요 국가들에서 비달러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대러시아 경제 제재 과정에서 미국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국제 결제망(SWIFT)에서 러시아를 배제시켜고, 특히 정당한 절차 없이 러시아의 신흥재벌들의 자산을 압류하는 과정 등에서 미국의 반대 진영에 있거나 미국과 거리감이 생겨버린 국가들에게 달러화에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강렬한 인식을 심어버렸습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남미 공통통화인 '수르(Sur)' 계획, 러시아와 이란의 금 기반 스테이블 코인, UAE와 인도의 비석유 무역에서 루피화 사용 계획, 최근 급격히 친해진 러시아와 중국의 BRICS 중심의 새로운 기축통화 제안 등 여러 비달러화 움직임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미국의 달러 패권이 급속하게 무너질 가능성은 낮지만, 각국의 보유 외화 자산에서의 달러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고, 국제 결제에 사용되는 화폐에서도 달러의 비중이 줄어드는 추세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참조 기사 링크: 위협받는 달러 패권…"비달러화 움직임 5가지는", 연합인포맥스, 2023.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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